사이판은 리조트와 스노클링으로만 알려진 섬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격전지였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다. 1944년 미군과 일본군이 충돌한 마리아나 해전의 무대가 바로 이곳이었고, 섬 곳곳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비치와 쇼핑몰 대신 역사 유적지만 묶어 하루 동선을 짜면, 완성도 높은 테마 여행이 가능하다.

코스 개요 및 이동 수단
렌터카를 기준으로 설계한 코스다. 사이판은 대중교통이 사실상 없어 렌터카가 필수다. 소형차 기준 하루 대여 비용은 40~60달러 선이며, 가란판(Garapan) 시내 렌터카 업체에서 오전 7시 30분 픽업을 권장한다. 총 이동 거리는 약 55km, 실제 주행 시간은 이동만 합산하면 1시간 30분 내외다. 아래 표에 전체 일정을 요약했다.
| 시간 | 장소 | 체류 시간 | 입장료 |
|---|---|---|---|
| 08:00 |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 1시간 | 무료 |
| 09:30 | 라스트 커맨드 포스트(일본군 사령부 유적) | 45분 | 무료 |
| 10:30 | 차란 카노아 해변 전쟁 유적군 | 1시간 | 무료 |
| 12:00 | 점심 식사 (가란판 시내) | 1시간 | - |
| 13:30 | 수수페 전쟁 박물관(War in the Pacific 관련 사설관) | 1시간 30분 | $5 |
| 15:30 | 반자이 클리프 | 45분 | 무료 |
| 16:30 | 수이사이드 클리프(Suicide Cliff) | 45분 | 무료 |
| 17:30 | 복귀 및 렌터카 반납 | - | - |

08:00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 하루의 출발점
가란판 시내 북쪽에 위치한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는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이 관리하는 공식 기념지다. 태평양 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마리아나 제도 민간인의 이름이 새겨진 대형 기념비가 공원 중앙에 서 있으며, 그 수가 5,200명 이상이다. 내부 박물관(Visitor Center)에서는 1944년 사이판 전투의 전개 과정을 패널과 유물로 정리해 보여주며, 여기서 전체 역사 맥락을 잡고 출발하면 이후 유적지 이해도가 크게 달라진다. 주차장은 무료이며, 주차 공간이 넓어 이른 시간에도 불편함이 없다. 관람 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하고, 야외 기념비 구역에서 바다 조망도 가능하다.

09:30 라스트 커맨드 포스트 – 일본군 사령부의 마지막 흔적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 타포찰(Tapochau) 산 방향 도로변에 위치한다. 1944년 7월 전투 막바지에 일본군 사이토 요시쓰구 중장이 마지막 작전을 지휘했던 콘크리트 벙커 구조물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다. 내부에는 녹슨 철제 집기와 당시 군용 장비 일부가 남아 있으며, 무성한 열대 식생이 벙커 외벽을 감싸고 있어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이다. 별도 안내 표지판이 영어와 일본어로 설치되어 있어 배경지식 없이도 이해 가능하다. 입장료는 없으나 구조물 내부 진입 시 바닥이 불규칙하므로 샌들보다 운동화를 권한다.

10:30 차란 카노아 해변 전쟁 유적군 – 상륙 작전의 현장
라스트 커맨드 포스트에서 남쪽으로 차로 약 15분 이동하면 차란 카노아(Chalan Kanoa) 해변 일대에 닿는다. 이 구역은 미군이 1944년 6월 15일 사이판 상륙 작전을 개시한 해변으로, 현재도 해변 인근에 당시 일본군 해안 포대와 콘크리트 방어 구조물이 여러 기 산재해 있다. 관광 인프라가 거의 없는 날 것의 유적지이기 때문에 사전에 구글 지도에서 'Chalan Kanoa War Relics'로 핀을 찍어두는 것이 좋다. 유적 사이사이에 제법 깊은 수풀이 있으므로 긴 바지 착용을 추천한다. 해변 자체가 아름답기도 해서 유적 탐방 후 잠시 쉬어가기에도 나쁘지 않다.

13:30 수수페 전쟁 박물관 – 유물로 정리하는 전쟁사
점심 식사 후 수수페(Susupe) 지역의 사설 전쟁 박물관을 방문한다. 가란판 시내에서 차로 5분 거리다. 이 박물관은 규모는 작지만 현지 수집가가 섬 내에서 직접 발굴·수집한 총기류, 헬멧, 탄피, 군용 식기 등 실물 유물을 집약적으로 전시하고 있어 밀도가 높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달러이며, 관람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 적당하다. 설명이 영어로 제공되며, 큐레이터가 상주하는 경우 직접 질문도 가능하다. 오전의 야외 유적 탐방으로 얻은 배경지식을 이곳에서 유물과 연결하면 이해가 훨씬 입체적으로 된다.

15:30 반자이 클리프 & 수이사이드 클리프 – 코스의 마무리
오후 늦게 섬 북단으로 이동해 두 절벽을 연달아 방문한다. 반자이 클리프(Banzai Cliff)는 전투 말기 수천 명의 일본 민간인과 군인이 투신한 장소로, 현재 일본 정부가 세운 위령탑 여러 기가 절벽 끝에 세워져 있다. 절벽 아래 에메랄드빛 바다와 위령탑이 중첩되는 구도는 아름다움과 비극이 공존하는 사이판 특유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이곳에서 차로 약 10분 내륙으로 오르면 수이사이드 클리프에 닿는다. 해발 약 249m의 타포찰 산 인근에 위치하며 역시 같은 역사적 배경을 지닌다. 두 절벽 모두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오후 늦은 시간에는 방문객이 줄어드는 16:00 이후를 노리는 것이 좋다. 하루 코스의 마지막 장소로 사이판의 역사적 무게를 조용히 되새기기에 적합한 장소다.
실용 팁 모음
역사 유적지 대부분이 무료인 덕분에 렌터카와 점심을 합산해도 하루 예산 100달러 이내로 코스가 완성된다. 유적지 상당수가 야외 노출 구조물이라 한낮 자외선이 강하므로 선크림과 물 1.5L 이상을 챙기는 것이 기본이다. 사이판은 우기(7~10월)에 스콜이 잦으므로 코스를 건기인 12~3월에 배치하면 쾌적하게 돌 수 있다. 일본어 자료와 위령시설이 많은 코스 특성상 동행자에 따라 감정적으로 무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인지해 두는 것이 좋다. 반자이 클리프와 수이사이드 클리프 방문 시 절벽 안전 펜스 밖으로 나가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본문 사진은 모두 직접 촬영한 원본입니다. 가격은 2024년 기준이며 변동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