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낭만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앞서지만, 아이를 데리고 가보면 전혀 다른 도시처럼 느껴진다. 지하철 계단은 가파르고, 관광지는 줄이 길며, 유모차를 끌고 들어갈 수 없는 공간도 생각보다 많다. 그렇다고 파리가 가족여행에 맞지 않는 도시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전에 동선과 장소를 잘 짜면 아이와 함께하는 파리는 충분히 현실적인 여행지가 된다. 직접 7세, 4세 두 아이를 데리고 10박 11일을 보내며 확인한 정보를 기준으로 정리했다.

파리 시내 이동: 지하철보다 버스와 RER을 우선 고려
파리 메트로(지하철)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역이 전체 302개 역 중 약 10%에 불과하다. 유모차나 대형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상황이 반복되면 체력 소모가 심하다. 대신 지상 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낫다. 파리 버스는 대부분 저상 버스로 유모차 그대로 탑승할 수 있으며, 앞문 쪽 유모차 전용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1회 탑승권 기준 2.15유로(2024년)로 지하철과 동일한 요금이다.
공항에서 시내 이동은 RER B선을 많이 쓰는데, 샤를 드골 공항에서 시내까지 약 35~40분, 요금은 편도 11.80유로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역과 없는 역이 섞여 있으므로, 숙소 위치를 정할 때 RER 역 기준으로 엘리베이터 유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면 공항에서 시내까지 약 50~70유로 수준으로 가격 차이는 있지만 아이와 짐이 많은 첫날만큼은 택시를 권한다.

유모차 접근 가능 명소: 입장 전 확인이 필수
파리 주요 관광지는 유명세에 비해 유모차 접근성이 제각각이다. 아래 표로 핵심 장소를 정리했다.
| 명소 | 유모차 접근 | 비고 |
|---|---|---|
| 루브르 박물관 | ✅ 가능 | 엘리베이터 있음, 피라미드 입구 이용 |
| 오르세 미술관 | ✅ 가능 | 1층 위주 관람 권장 |
| 에펠탑 (1·2층) | ✅ 가능 | 엘리베이터 이용, 꼭대기는 불가 |
| 몽마르트르 언덕 | ❌ 어려움 | 계단 구간 많음, 푸니쿨라 이용 가능 |
| 베르사유 궁전 | ✅ 가능 | 정원은 유모차 이동 최적, 실내 일부 제한 |
| 노트르담 대성당 | 공사 중 | 2024년 12월 재개관 예정 |
| 퐁피두 센터 | ✅ 가능 |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완비 |
루브르는 넓이가 방대하므로 아이와 함께라면 전부 보려 하지 말고 이집트관이나 고대 그리스관처럼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섹션만 2~3시간으로 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넓은 정원은 오히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아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추천도가 높다.

아이 친화적 장소: 공원·과학관·놀이터
파리에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이 시내 곳곳에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곳은 룩셈부르크 공원(Jardin du Luxembourg)이다. 6구에 위치하며 공원 안에 유료 놀이터(입장료 약 3유로), 미니 당나귀 체험, 회전목마 등이 갖춰져 있어 오전 내내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유모차 이동 경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시테 데 시앙스(Cité des Sciences et de l'Industrie)는 라 빌레트 공원 안에 위치한 과학박물관으로, 특히 2~12세를 위한 '시테 데 잔팡(Cité des Enfants)' 섹션이 따로 운영된다. 입장료는 어른·아이 모두 12유로이며, 시간제 입장(2시간 단위)이므로 예약 후 방문하는 것이 필수다. 메트로 7호선 Porte de la Villette 역 하차 후 도보 5분 거리이며 역 자체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도 루브르 인근에 있어 동선상 들르기 좋다. 여름 시즌에는 이동식 놀이기구와 트램폴린이 운영되며 간단한 크레페나 샌드위치를 파는 노점도 있어 식사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식사: 줄 세우지 않는 현실적인 식당 선택법
파리에서 아이와 외식할 때 가장 곤란한 상황은 길게 늘어선 줄과 2시간짜리 코스 식당이다. 관광지 인근 레스토랑은 아이 의자(chaise haute)를 구비하지 않은 경우도 많으므로 입구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구글 맵에서 'family friendly', 'highchair available'로 필터링하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실용적인 대안으로는 슈퍼마켓 체인 모노프리(Monoprix)나 프랑프리(Franprix)를 추천한다. 샌드위치, 샐러드, 과일 등을 5~8유로 내외로 구매해 공원에서 간단히 해결하면 이동 시간도 줄고 아이도 덜 지친다. 크레페 노점은 기본 버터·설탕 크레페가 2~3유로로 아이 간식으로 적당하다.
저녁 식사는 브라스리(Brasserie) 형태의 식당을 선택하면 무난하다. 단품 주문이 가능하고, 스테이크 프리트(Steak-frites)나 까르보나라 파스타 같은 메뉴가 있어 아이도 거부감 없이 먹는 경우가 많다. 주요 관광지 반경 500m 이내 식당은 평균 20~30% 비싸므로 2~3블록만 벗어나도 합리적인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휴식 공간과 수유·기저귀 교환대 정보
장거리 여행에서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휴식 공간 파악이 필수다. 파리 시내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와 봉 마르쉐(Le Bon Marché)에는 수유실과 기저귀 교환대가 마련되어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3층, 봉 마르쉐는 2층에 위치하며 별도 입장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 지하 쇼핑몰 카루젤 뒤 루브르(Carrousel du Louvre)에도 수유 공간이 있다. 박물관 관람과 함께 동선으로 묶기 좋으며, 푸드코트도 있어 점심 해결도 된다. 여름 성수기(7~8월) 기준 루브르 박물관은 평일 오전 9시 입장 시에도 입장 대기가 30분 이상 걸리므로,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날짜 지정 예약(Billet Coupe-File)을 하고 가야 한다.
이동 중 아이가 지쳐 갑자기 쉬어야 할 때를 대비해 카페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파리 카페는 음료 한 잔만 주문해도 오래 앉아 있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어서 에스프레소 한 잔(약 2~3유로)으로 20~30분 휴식하는 것이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