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라케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마 엘 프나와 마조렐 정원, 수크만 보고 떠납니다. 하지만 저처럼 모로코에 오래 머문 사람은 압니다. 붉은 도시의 진짜 얼굴은 그 뒤에 있다는 것을. 두 번째 마라케쉬 편에서는 관광 책자에 잘 나오지 않는 장소들을 정리합니다.

1. 사아디앙 무덤 — 황금빛 타일의 묘실
메디나 남쪽 끝에 숨어 있는 사아디앙 무덤은 16세기 사아디 왕조의 귀족들이 잠든 곳입니다. 수백 년간 외부에 봉쇄되어 있다가 1917년 프랑스 군이 발견했는데, 이 덕분에 내부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산 카라라 대리석과 세밀한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된 '열두 기둥의 방'은 규모는 작지만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을 연상시키는 정교함이 있습니다. 입구가 좁고 표시가 잘 안 되어 있어 놓치기 쉬우니 메디나 지도에서 위치를 미리 확인하세요.

2. 엘 바디 궁전 — 무너진 황금 궁전의 잔해
16세기 사아디 왕조가 지은 엘 바디 궁전은 한때 금과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뒤덮인 '불가사의'로 불렸습니다. 지금은 황폐한 폐허만 남아 있지만, 그 규모 자체가 압도적입니다. 드넓은 중앙 광장, 무너진 성벽, 황새 둥지로 뒤덮인 탑. 마라케쉬에서 가장 한적하게 사색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3월 마라케쉬 민속예술축제(국제민속제) 기간에는 이 폐허에서 공연이 열립니다.

3. 탄너리(가죽 염색) — 냄새를 참으면 볼 수 있는 것
수크 북쪽에 있는 가죽 염색 공방(탄너리)은 마라케쉬에서 페즈의 것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주변 상점 테라스에서 올려다보는 원색 염료 통 풍경은 인상적입니다. 상점에 들어가면 "테라스에서 보라"며 민트 잎을 건네줍니다. 염색 냄새가 꽤 강하니 민트를 코에 대고 올라가세요. 상점 직원의 안내를 따른 뒤 구매 압박이 들어오면 정중하게 "고맙지만 됐습니다"라고 거절해도 됩니다.

4. 구에리즈 신시가 — 현지인의 마라케쉬
제마 엘 프나에서 택시로 10분이면 닿는 구에리즈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조성된 신시가입니다. 넓은 가로수 길, 현지인이 다니는 카페와 레스토랑, 슈퍼마켓이 있어 메디나에 지쳤을 때 쉬어가기 좋습니다. 모로코 현지 음식이 부담스럽다면 구에리즈의 카페에서 크루아상과 카페오레로 아침을 여는 것도 방법입니다.

실전 일정 (반나절~하루 기준)
• 오전: 사아디앙 무덤 → 엘 바디 궁전 (관광객 적은 시간대)
• 오후: 탄너리 구경 → 수크 재탐험 → 구에리즈에서 현지 카페

알아두면 좋은 팁
• 사아디앙 무덤 입장료: 소액 (현금 준비)
• 엘 바디 궁전: 입장료 저렴, 오후 늦게 가면 황새 귀환 시간과 겹침
• 마라케쉬 택시(쁘티 택시): 미터기 사용 요청 필수. 안 켜면 사전에 가격 협상
• 라마단 기간에는 낮 동안 수크 일부 상점이 문을 닫는 경우 있음
본문 사진은 모두 직접 촬영한 원본입니다. 모로코 장기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